총평 : "경복여고에서 상위권을 쟁취하고 싶은 자, advanced VOCA를 보라."
경복여고는 시험이 어렵습니다. 어휘(VOCA) 파트로 첫 페이지의 기선을 제압하고, '문맥상 올바른 것과 어법 영역'을 서술형으로 잘 풀어내는 문제를 출제합니다. 특히 경복여고 내신의 서술형 마지막 문제는 '주의사항/조건'을 타이트하게 걸어 '감으로 말하듯' 서술형을 해결해나가는 학생들의 발목을 잡습니다.
노력파들이 상위권을 쟁탈하기에 상위권 학생들이 상당히 견고한 포지셔닝을 보여줍니다. 그러다보니 2등급과 3등급의 치열한 싸움은 경복여고에선 일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흥미롭게도 평균점수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양극화된 시험결과는 경복여고가 얼마나 문제를 유려하게 출제하는 지를 보여줍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22년 2학기 중간고사의 시험문제는 비교적 깔끔했다" 라고 보여집니다. 1학기 대비 문제의 흐름이나 요구하는 논리는 명확했다고 보여집니다.
다만 "경복여고에서 상위권 점수를 확보한 학생의 특징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저는 경복여고 시험지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어휘 능력(Vocabulary skills)입니다.
'어휘'의 관점을 통해 경복여고 중간고사를 함께 분석해보도록 합시다.
[1-4번 어휘 문제 : 경복여고의 어휘공부는 지속적인 노출(exposure)이 필수]
1번 지문(해석)은 어휘와 문장해석 능력을 결합한 유형입니다. 이번엔 remarkable과 complimentary라는 어휘로 학생들의 시간을 지체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complimentary 라는 어휘는 complement라는 유사한 형태의 어휘가 있고, 실질적으로 text에서 많이 보지 않는 어휘다보니 아래와 같이 정확히 단어장의 예문까지 정리해서 학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2번 지문은 보카파워 교재 그대로의 느낌을 살린 예문이라 틀린 학생이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3번 지문은 무난한 예문과 [compulsory, literary, solitary, stationary, imaginary]의 구성으로 보기를 제시했습니다. 사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저게 어려운 어휘냐고 생각하시겠지만, solitary와 stationary는 의외로 많은 실수가 나오는 어휘입니다. 평소 중등부에서 영어 어휘를 잡아내지 못한 학생이라면 망설일 수 밖에 없는 보기입니다.
하지만 경복여고의 시그니처는 4번 문제입니다. "영영사전의 정의가 바르게 연결되지 않은 것을 고르시오."
사실 혼자서 준비하기엔 벅찬 유형입니다.
제가 제작한 자료에서 나온 어휘인 supervisor가 정답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영영단어를 준비할 땐 day11부터 15까지 모두 학습하기엔 부담이 있다보니, 최대한 학생들이 오해의 여지가 없도록 하는 간단한 어휘 2개, 어려운 paraphrase를 곁들인 어휘 2개, 그리고 누가봐도 맞다고 판단할 어휘 1개 정도로 보기를 추려 데이별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복여고로 배정이 된 학생이면 보카파워 및 모의고사 어휘를 최대한 정리하고 와야하고, 재학생이라면 '압박감만 가득한 test의 연속'보다는 '지속적으로 자신을 영단어에 노출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주 보고, 반복하는 담금질.
[서술형 1번&2번 : 예문과 결합된 어휘 학습을 요구하는 바람직한 출제 패턴]
서술형 1번과 2번 문제는 말그대로 시험기간에 맞춰 단어만 외운 친구들은 시간이 걸리게 만드는 어휘들이 예문과 결합되어 출제가 되었습니다. 다만 저는 여기서 경복여고 선생님들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는 [mutual agreement / site renewal / Intimacy between friends / primary objective / be flexible enough to V]등과 같이 자연스럽게 구문으로 연결되는 표현을 요구하는 문제들을 출제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억지스러운 어휘와 예문을 단어장에서 추출하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학생들이 앞으로의 영어 텍스트를 잘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휘를 선정했다는 점이 느껴집니다.
[어법 : 꼼꼼하게 어휘의 쓰임을 파악한 자에겐 너무나 쉬운 문제]
19번(빈칸+어법) 문항은 22년 9월 모의고사에서 선정되었습니다. "인간은 각각의 귀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지 못한다"는 34번 킬러문항이었죠. 사실 이 지문은 주제 또는 빈칸으로 다시 내기엔 부담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법으로 방향을 가져가는 것은 충분해 보였습니다. "whether 명사절, if절, 의미상주어+동명사 목적어, 가목적어 등" 묵직한 포인트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34번 지문 강의 및 영상강의에서 농담으로 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만약 another ear가 되면, 너 귀 3개인거야."
그런데 그 문제를 냈습니다. [another / the other / other] 등의 단어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가를 말입니다. 아주 기초적이지만, 단어의 뜻과 적용을 활용한 재치있는 문제였습니다.
[한문장 요약하기 : 어려운 단어와 그럴듯한 단어 사이에 숨어있는 기본적인 어휘가 정답]
22년 9월 모의고사의 매력 넘치는 herbs 지문은 이번 경복여고의 24번 문항으로 출제가 되었습니다.
이 지문은 수사적으로 다양하게 주제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Not Herbs But Your Body] 의 형식으로 흐름을 잡을 수도 있고, [It is true that ~ However] 흐름으로 역접을 잡아낼 수도 있습니다. 변형문제를 다양하게 풀어본 학생들이라면 주제에 대한 어프로치는 충분히 해냈을 겁니다.
이 때, 높은 수준의 어휘가 시선을 흐리게 만듭니다. 'superficial'과 'profound'라는 어휘를 보기에 삽입하여 단어 공부를 많이 해둔 학생들이 '추론(infer)'하게 만드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두번째 빈칸에서 'faultless', 'fallacies'라는 어휘를 혼용하여 학생들의 시선을 끌어들입니다. '잘못됨'이라는 계열의 어휘가 정답이겠구나라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킵니다.
그리고는 이러한 화려한 시선 분산 뒤 정답은 misconception으로 쉽게 빠져나가는 트릭을 사용합니다. 마치 범죄자가 미끼(bait)를 사용하여 자신은 뒷문으로 탈출하는 느낌입니다.
영단어를 지나치게 많이 학습한 경우, 추론성으로 답을 이어가버리는 오류를 유도한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뻔한 흐름을 꺾는 좋은 문항이었습니다.
다시 전체적인 그림을 정리해보자면, 경복여고는 분명 최고의 고등학교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경복여고의 내신 상위권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단순한 영어학습과 시험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1) 영영 예문과 결합된 어휘의 학습
2) 평소 모의고사 지문에서 등장하는 빈도높은 구문의 패턴 파악
3) 지문이 요구하는 키워드를 단순하게 바라볼 수 있는 변형 어휘(paraphrase)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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